제품사용기

[MS15A FE/MK] MS15A FE5를 들어보고...

오디좋아-다움블로그 2015. 5. 17. 15:35

작성자 문복기 날짜 2008-07-26
제목 [MS15A FE/MK] MS15A FE5를 들어보고...
시작하며

어느 날인가 컴퓨터 앞에서 꼼지락 대길 좋아하게 되면서,. 음악을 컴퓨터로 듣기 시작했고 헤드폰이라는데 눈을 돌린 것 같다. 이어폰과 헤드폰을 손대면서 결국에 지금 남은건 몇개의 이어폰과 Equinox 케이블을 물린 HD650 그리고 Creek OBH21se.

웹의 꽤 많은 글에서 HD650과 OBH21se는 극악의 궁합이라고 한다. 내가 그 최악의 셋팅을 선호해 왔다. 나라고 이것저것 앰프들 손 안대봤겠냐만 헤드폰에까지 많은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였고, 21se가 내 귀엔 조금의 답답함 보단 도톰한 소리결과 비교적 넓게 자리하는 공간감으로 음악들을 즐길 수 있었다. 고음이 조금만 더 뻣어줬으면 하는 아쉬운을 남기면서.


작년 초 여름쯤인가? 지인의 말로 오디오필의 뮤직샤워란 헤드폰 앰프가 괜찮다는 말을 해줬고 과연 소리가 어떻길래. 라는 궁금증을 눌러 참으며 지냈었다. 우연히 오디오필몰에서 이벤트 행사를 접하게 되고 궁금증이나 풀어보자고 FE5를 신청했다.


물건은 바로 신청 다음날 도착했다. 반납해야 하는데 포장상태가 왜 이리도 좋은지 결국 종이 상자를 싼 최초의 비닐은 가위로 잘라 낼 수 밖에 없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깔끔하게 포장된 엠프와 아답타가 보인다. 정말 기분좋은 포장이다.

요 놈으로 뉴에이지,켈틱,클래식,가요,힙합,락,팝을 들어 볼 것이다. 가급적 들을때 마다 느낌을 적을 것이고 현재 가진 앰프가 OBH21se이니 자주 비교하며 들을 것이다.




청취환경

DAC: 스타일 오디오 Carat HD1

인터케이블: Eagle Cable Condor High End MC 100 SICO, 번들 케이블

Y케이블: 오디오플러스Y-Type 인터커넥터 케이블 ASB-1000, 번들 Y Type 케이블

헤드폰: Equinox 케이블을 물린 HD650

CDP: Meridian 507, 파나소닉 CT830 (Y Type 케이블 테스트용)

앰프: MS15A FE5, OBH21se




뮤지샤워 MS15A FE5를 들어보자

듣기 시작한지 20분째

어라? 이거 스테이지는 왜 이렇게 좁지? 꽤 맑은 소리지만 차찰음이 좀 있네. 기대 이상은 절대로 아니군, 이대로 좀 켜놨다. 좀더 들어보도록 하자.


듣기 시작한지 3시간째

2시간 가량 음악만 틀어놨다가 다시 듣기 시작한지 3시간째 아주 오래간만에 이렇게 버티고 있다.왜일까? OBH21se과 비교를 해도 호불호를 가리기 어렵다. OBH21se와 비교해서 스테이지는 좀 좁다. 양옆보다는 앞뒤로. 하지만 한꺼풀 벗겨진 이 맑은소리는 스테이지의 좁음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도톰한 OBH21se의 소리와 상대적으로 얇은 이 소리는 힘차게 뻣어주는 고음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듣기 시작한지 2일째

앰프의 맑은 소리가 점점 더 안정되는 건지 귀가 이 놈 소리에 익어가는 건지. 이젠 OBH21se 만큼이나 친숙하다. 그래도 몇일은 들어봐야지. 이러다 내친 앰프가 한둘이더냐 오늘도 3시간째 듣고 있다. 집사람 눈치도 만만치 않다. 불러서 들려줘야겠다. 내공이 쌓일만큼 쌓인 귀가 아니던가. 젠장 괜히 들려줬다.

“오디오필 이거 뭐야?”

“좀 좁게 들리기는 하는데 맑아서 좋다” 란다.

어느 쟝르든 무조건 맑으면 좋단다. 비교를 해달랬더니 맑으면 무조건 좋은거라니... 에효..


듣기 시작한지 3일째

이것 저것 이어폰도 꼽아 봤지만 이어폰은 OBH21se 압승이다. 저 임피던스에선 확실히 MS15A FE5의 실력이 안 나온다. HD650에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헤드밴드 껍질까지 다 벗겨져가는 이놈 누가 이걸 레퍼런스급 헤드폰이라고 보아 줄런지. 그나저나 이 앰프 참으로 기특하다. 초기의 껄끄러웠던 고음역대가 어느덧 상당히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번들로 주는 Y-Type 케이블도 물건이다. 돈주고 따로 사야 하는 케이블하고 차이가 정말 손톱만큼 난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앞뒤 스테이지. 그냥 CD들고 거실로 가서 들을까? 아니다 헤드폰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듣기 시작한지 4일째

이젠 mp3, ogg도 듣는다. 물론 약간의 때론 상당히 CD음질과 차이를 보여준다. 여전히 맑게 들리는 소리들 경쾌함도 느껴지는 이 소리들 듣기 좋다. 힘이 붙기 시작한 소리는 댄스곡도 꽤나 잘 표현한다. 반응이 느리다더니 글쎄? 내 헤드폰에선 느린 느낌 못 느끼겠다. APE, FLAC도 틀자. CD와 음질차이를 사실 모르겠다. 무손실 압축이라 하지 않던가. 이제 꽤 많은 쟝르를 들어보았다. 힙합도 나름대로의 성향으로 들려주었고 호기심에 틀어본 숙명 가야금 연주단의 헤이쥬드나 첨밀밀은 맑게 울리는 소리 뒤에 깔끔한 여운이 아주 좋다.

가야금 소리를 이렇게 맑게 헤드폰으로 들어 보기도 오랜만이다. 쓰는 김에 더 쓰자. IS의 백만송이 장미는 어떨까 아쟁소리 또한 정겹다. 하지만 이 소녀는 너무 앞에서 노랠 한다. 반걸음만 물러서주면 안될까? 하긴 아쟁이 이리도 앞이니 더 나와야겠지.


듣기 시작한지 5일째

스위치를 켜고 음악을 틀어본지 대략 30시간쯤 과연 TR앰프에 길들이기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내 경험상 어느 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소리가 틀리기 때문이다. 물론 진공관 앰프라면 정말 티가 확난다. 소리가 플랫하게 안정화 되고 쏘는 소리들이 다듬어 진다.

TR앰프도 전해 콘덴서가 길이 나야 한다는 말들도 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특히 전도체의 방향성이 있는 경우 확실히 티가 난다. 방향이 있는 인터 케이블을 지금 쓰고 있다면 꺼꾸로 꼽아보라. 무슨 뜻인지 바로 귀가 알려줄 것이다.

어제부터 맘에 드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MS15A FE5 물론 스테이지나 저음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듣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으니 이건 사야겠다.




전체적인 감상평

솔직히 30만원 미만대의 헤드폰앰프는 써 본적이 없다. 찾기도 힘들뿐더러 찾아서 들어봐도 실망만 안겨주는 앰프들이 태반 이였다. 그나마 좀 들어줄만 하네 하는 놈들은 40만원을 훨씬 넘었고 그 중 몇개는 직접 구매해서 써보거나 빌려서 들어보거나 오프라인 샾에가서 한두시간씩 들어 본적은 있다.


30만원 미만대의 앰프가 이 정도의 힘있는 소리를 내줄 수 있을까? 이 정도의 해상도 높은 맑은 소리가 나올까? 앰프의 완성도로 보자면 별 다섯에 네개는 줄 수 있을것 같다. 아니 가격대비 성능이란 면을 생각하면 별 다섯개도 충분히 줄 수 있다.


힘있게 뻗어주는 맑은 고역

약하지 않은 저역

절제된 경쾌함

명료한 포지션

세밀하게 표현되는 작은 소리들


상당히 넓은 폭의 음악 쟝르를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헤드폰 앰프 이것이 MA15A FE5인것 같다. 가격대를 떠나서 참 마음에 드는 앰프다. 바이올린이나 플룻, 하프의 섬세하고 맑은 소리는 진공관 앰프를 듣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싼 맛에 쓸 앰프는 결단코 아니란 소리다.


나름대로 좋아하는 소리에 관심이 있고 자신만의 주관적인 소리평가가 되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꼭 한번은 들어보시라고.


MK나 FE3는 어떤 소리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몇가지 고쳐서 듣고픈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스테이지가 좀 좁고 너무 앞쪽에 생긴다. 상대적으로 뒤쪽은 비는듯한 느낌 특히 여성 보컬은 너무 앞인듯하다. La Bouche의 Be My Lover 도입부에서 스테이지의 좁음은 OBH21se와 차이를 보인다.

물론 고음을 강조하다보니 생기는 현상 같기는 하지만 드럼 소리가 좀 위쪽으로 뜬다. 악기들의 위치들이 선명한지 확인할때 Jim Keltner & Ron Tutt의 Drum & Track Disk를 들어보곤 하는데 베이스 드럼의 위치가 확실히 중간위에서 들리거나 베이스 드럼의 묵직함이 들리지 않을때가 있다. Teresa Perez가 연주한 Intermezzo같은 음악에선 현을 퉁기는 소리가 묻혀버리거나 좀 어정쩡한 포지션에서 굵지 않은 가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어떤 음악은 오히려 OBH21se보다 좀더 정확한 포지션을 잡기도 한다.


단자도 아쉽다. CDP 따로 물릴 입력단자 1개 이어폰 한개 더 물릴 이어폰 단자 1개가 아쉽다.




마치며

이렇게 마음놓고 구입 전에 들어본 앰프는 내 생애 통털어 처음인듯하다. 번들 케이블이 이만큼 좋은 것도 의외다. 내 나름 성의를 표시하고자 매일 들을 때의 감상을 적었고, 수정없이 올렸다. 물론 보이는 오타는 고쳤다.



끝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오디오필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못 본척 지나가는 자제심을 길러야 할듯하다. ^^;

8월 8일 덧붙임
8월 5일 이메일 한통이 사장님에게로부터 왔다.
앰프에 셋팅이 기본셋팅보다 중음이 강조된 셋팅으로 발송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택배비까지 모조리 부담하는 사후관리 되돌아 올때의 포장상태는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였다.

더욱 감동한것은 소리다. 앞뒤로 좁은듯한 스테이지는 어느덧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여유가 있고 가끔 툭툭 튀는듯한 중고음은 멋드러진 경쾌함으로 바뀌어있다. 가수의 입술사이에서 새는 바람소리도 들린다. 들떠 있던 저음역대도 상당히 차분하다. 퍼커션의 경쾌함과 베이스 드럼의 무직함도 모두 느껴진다. 모든 대역에서 고르게 스며드는 밝음 카랑카랑함은 기본을 한참 뛰어넘는 앰프다. 물론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고음의 끄트머리가 조금은 더 다듬어져서 매끄러웠진다면 더 고급스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이정도면 HD650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앰프일듯 하다. 물론 MA15A FE5 가격의 10배 정도에서 찾는다면 대안이 있긴하다. 하지만 사실 MA15A FE5의 소리와 종이 한장의 차이정도일 것이다. 이 차이에 돈을 들이기도 하지만 ^^; 난 MA15A FE5의 다음 버젼을 기대할것이고, 헤드폰을 쓰는 동안은 MA15A의 곁을 떠나긴 힘들듯한 예감이 든다.

다시한번 진옥상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리며, 갑자기 듣고파진 헨델의 하프 협주곡을 들어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