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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하이파이저널 53호 기사

오디좋아-다움블로그 2015. 5. 19. 15:03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06-05-14
제목 [종합] 하이파이저널 53호 기사
김남의 오디오 인물기행(5)

<< 오디오필 진옥상 사장 >>

진옥상 사장은 지난해 봄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대학을 마치고 20년 전 이민을 간 동생이 뉴욕에 살고 있어서 그 동생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치과의사로 골수 오디오 마니아인 동생은 오디오 시스템만도 무려 6세트나 가지고 있었다, 마크 레빈슨 No.331을 비롯, 매킨토시 2종, 캐리, 자디스 등의 앰프에 소누스 파베르, 골트문트, 알텍, B&W등 6기종의 스피커를 물려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그 앰프들을 분해해 보고, 겸사겸사 미국 앰프계도 둘러볼 요량이었다. 그래서 낮에는 뉴욕에 있는 오디오숍을 불쑥 찾아가서 양해를 구하고 닥치는 대로 기기들을 들어보았다. 뉴욕의 숍들은 한국과 달리 면적이 굉장히 넓고 평균 서너 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음질을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이파이는 퇴조하고 AV가 밀물처럼 공간을 점령하고 있었다. 10여일 동안 미국 시장을 '수박겉핥기' 식이나마 둘러본 그의 화두는 한 가지로 집약이 된다.

"왜 싸고 좋은 앰프를 만들 수 없단 말인가?
최근 앰프의 경향은 점점 고가의 하이엔드 쪽으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멋진 음악을 듣는 데, 이만한 가격도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인가'란 오만함이 오디오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음악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오디오 숍의 매니저들에게 빠지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혹시 하이파이 디지털 앰프가 나온다는 소문을 못 들으셨는지요?"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제의 보급형 컴포넌트에서 디지털 앰프란 것이 몇 종 나와 있지만 그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음악 전용의 진짜 디지털 방식의 앰프이기 때문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살펴본 결과, 어떻든 미국 시장에서 디지털앰프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동생이 구독하는 오디오 잡지들에도 그런 정보가 실린 적이 없었다 진옥상 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밑그림을 그려온 앰프가 바로 디지털 앰프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어떠한 앰프를 들어보아도 그가 추구하는 소리들은 아니었다. 동생의 앰프들은 힘이나 깔끔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깨끗함 뒤의 정서가 부족해서 진짜 자연스러운 깔끔함은 아니었다, 모두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듯한 깔끔함이었다. 게다가 저역은 인위적이고, 그나마 부풀려 놓은 것이었다. 진공관 앰프들의 경우, 저역은 자연스럽지만 고역이 건조하게 들렸다, 그런 하이엔드들이 천정부지로 가격만 치솟는 현실을 다시 한번 목격하고 돌아와 그는 밤잠을 설쳐가며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기존 앰프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꿔 버리려는 야심찬 시도가 한국의 이름 없는 한 엔지니어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장본인이 바로 진옥상 씨. 다소 가냘프고 선량해 보이는 용모의 40대 중반을 넘어선 사나이다. 그는 상술을 앞세워 어설픈 뒤바꾸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앰프의 개념을 뒤엎어버리고자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연 그 혁명은 성공할 것인가. 필자는 그 귀추를 지켜보고 있지만 예감이 심상치가 않다, 적어도 수삼 년 안으로 앰프의 혁명 공화국이 수립될 것인가, 그쪽에 필자는 내기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기술적인 기반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두어 달 전 시청평을쓰기 위해 낯선 인티앰프 1대를 며칠간 들어보았다. 100만원 조금 넘는 가격대의 제품으로, 디자인도 평범하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었다. 지금처럼 각박한 시대에 누가 이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연민이 절로 솟아났다. 디지털앰프란 설명서를 읽고서야 다소 호기심이 들었지만 굉장한 소리를 들려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89dB짜리 트로포스의 비올라란 북셀프형 스피커에 물리고 첫소리를 듣는 순간 창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제서야 비로소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하지만 그 설명서 몇 줄로 디지털 앰프의 개념이 파악될 수는 없었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만난 자칭디지털
앰프는 두어 종이 된다. 시청평을 쓰기 위해 들어본 것으로, 일제 미니컴퍼넌트였다. 사이즈에 비해 저역의 과장이 심한 편이었지만, 젊은층의 취향에 그럭저럭 맞는 제품으로 무었보다도 작고 깜찍한 디지인 덕에 제법 인기도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디지털 방식을 표방했지만 최소한의 형식만 갖춘 D급앰프의 변형이었던 것이다.

이 허름한 앰프에서 나오는 첫소리는 너무 맑고 부드러웠다. 5월의 아카시아 꽃처럼 상큼하고 신선하기조차 했다. 이런 재생 음을 들려주는 앰프는 정말 드문 편이다. 오래 전 제프 롤런드의 론센트라라는 상당히 비싼 인티앰프가 이런 소리였다.
바로 그 소리가 이 보잘것없는 국산앰프에서도 들리는 것이 아닌가. 또한 하이엔드의 대명사인 첼로의 1M프리앰프와 듀엣 350파워앰프의 세트에서도 들었던 소리이기도 하다. 중고역은 거의 유사하고 다소 미니어처적인 분위기도 같다 그러나 차이는 역시 저역쪽에서 났다. 이 10W짜리 앰프는 저역이 밑으로 깔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같이 시청했던 박용태 선생께도 물었지만 비슷한 의견이었다. 힘이 뒷받침만 된다면, '굉장한 앰프가 될 것' 이란 점에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은 일치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필자에게 능률이 90dB이 훨씬 넘는 풀레인지 스피커가 있었는데, 그 스피커에 물려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후 취재를 위해 화곡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렀다 그 앰프는 다인오디오 스피커에 연결이 되어있었다. 플로어형인 그 스피커에서는 아주 낭랑하게 음악이 흘러나왔다. 약간의 회로와 부품을 변경했더니 힘이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감도가 낮기로 유명한 다인오디오의 스피커가. 그럼에도 이렇게 울리다니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그때까지는 '왜 겨우 10W인가, 100W짜리를 만들면 되지 않는가' 란 단순한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단지 막연하게 초기 제품이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디지털 앰프용으로 그 이상의 고출력 칩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아날로그 디바이스사에서 생산되는 산업용 디지털칩을 사용하고 있는데, 수요가 없어서 20V이상의 고출력 칩은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주문제작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몇 십개 단위의 소량 주문은 받아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우선 10W짜리 앰프를 개발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여, 최대한도 출력을 뽑아내고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몇 차례의 수정 끝에 현 상태에서는 거의 완성품이나 다름없는 초기 모델을 발표했고, 다시 그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다음 모델을 준비중에 있다.

<디지털 앰프에의 도전>

신기술의 특허를 신청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거의 1년 반에서 2년도 넘게 걸린다. 국내외가 모두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호주의 특허국에서 그에게 한 장의 질의서가 날아왔다. 호주는 특허 심사가 가장 빠른 국가에 속한다 그는 이미 1년 전에 호주에 디지털 증폭회로에 대한 특허 신청을 내놓았던 것이다.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을 비롯 26개국을 특허를 신청해 놓았는데, 그 첫 응답이 호주로부터 온 것이다.

사실 특허가 반려될 경우 그 중간 질의서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앞서 나와있는 기술과 유사한데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런 질의서가 오면 백발백중 그 특허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달된 중간질의서의 내용은 달랐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과, 신기슬이 너무 많이 들어간 부분에 대하여 더 상세히 설명을 바란다' 이런 식의 중간질의는 특허가 거의 확정적이란 암시나 다름이 없다. 신기술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어떤 국가에서 그 기술의 특허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미 진옥상 씨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앰프의 개념에 도달한 엔지니어로 기록이 될 것이다.

디지털이란 용어는 이제는 평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CD를 비롯, MD, MP3, DVD, 그리고 카메라의 분야에서도 디지털 카메라가 광풍처럼 몰아쳐서 기존의 필름 카메라의 목을 죄이고 있다. 물론, 필름 카메라의 장점을 들어 사수하는 세력이 남겠지만 필자의 소견은 그것이 아니다. 필름 카메라를 써야 할 이유는 이제 겨울 석양의 쥐꼬리만한 햇살보다도 더 작아졌다. 연관산업, 문방구 같은 골목의 DP점은 물론이고 영화와 극장 등의 재편도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닐 레코드의 세계와는 좀더 다르다. 영상에서 필름을 고수한다는 것은 이제 짚신 신고 한양 천리 길에 오르는 조선조 시대의 개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아직도 비닐 레코드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고 수십, 수백 개의 반도체를 사용하여 쌀가마니처럼 크고 무거운 아날로그 앰프들이 하이엔드란 이름으로 성세를 떨치고 있는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디지털이 위력을 발효하지 못해 왔다.
디지털은 곧 사이비라고 생각하는 애호가들이 아직도 완강히 버티고 있는 그런 텃밭에 지금 한국의 한 남자가 세계 26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채 디지털 앰프로의 혁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앰프가 뭐길래>

그가 최초로 회로 설계에 들어간 것은 1999년이다. 그때부터 설계대로 보드에 부품을 심어봤다, 그리고 알루미늄 샤시에 끼워본 것은 2001년 여름. 그 길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그 물건을 들고 국내 오디오 메이커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S전자를 노크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에 도전했다가 혹독하게 참패를 해버려, 이미 하이파이 파트가 해산되어 버리고 없었다. 앞으로도 하이파이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 그쪽의 대답. 여타의 업체에 자료를 보내봤지만 모두 디지털 앰프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AV앰프인 줄 알고 가져와 보라고해서 갔다가 그냥 되돌아오기도 했다. 국내 메이커들은 모두 보급형 컴포넌트나 AV쪽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하이파이 지향이지만 가격은 보급기 수준이라고 설득해도 먹혀들지가 않았다.

결국 그는 홀로 서기로 방침을 굳힌다. '지옥이든 천당이든 혼자서가야 빠르다' 는 영국의 속담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자금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일부를 처분해서 마련했다, 그는 졸지에 외롭고 험난한 하이파이 제조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의 앰프를 들어본 엔지니어들과 애호가의 반응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해상도는 좋지만 저역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홍보용으로 50대를 제작했다. 그리고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잡지 광고를 시작했다.
몇 사람의 지원자에게 원가로 제품을 공급하고 그 대신 시청 리포트를 받았다. 해상도가 좋다는 점은 이구동성으로 인정했고 노이즈가 전혀 없는 정숙함과 깨끗함, 그전의 앰프에서 못 듣던 소리가 들린다는 찬사가 뒤따랐지만, 역시 공통적으로 출력 부족을 약점으로 지적했던 것이다.
그는 프로토 타입을 개발한 후에도 계속 회로를 손질하고 부품을 교체했다. 그리고 시제품을 구입한 애호가들의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해 주었다. 3차례다 교체해간 사람도 있었다.

<디지털 앰프의 장점>

그가 개발한 앰프는 명칭이 E급이다. A급이나 B급, AB급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D급도 잘 알려져 있다. D급 앰프는 서브우퍼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저역이 좋은 반면 중고역의 특성은 다소 떨어진다.
이론적으로 보면 A급이 가장 좋다. 하지만 너무 열이 많이 나고 부품의 수명도 짧다. 또한 고장도 잦아서, 지금은 올 A급 앰프는 별로 없다. E급 앰프 역시 일부 서브우퍼와 통신상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앰프를 우선 편한 대로 E급으로 명명했지만, 그보다는 '진앰프'라고 부를까 생각중이라 한다.

모든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는 하나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프리부의 입력을 출력으로 증폭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압과 전류를 같이 증폭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은 프리에서는 입출력에 파형의 변화가 없지만 파워에 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대신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증폭에 NFB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이 회로는 저항을 1, 2개 설치하는 것이지만 이걸 빼먹으면 파워의 기능이 상실되고 만다. 안 걸면 입력감도가 너무 예민해서 소리가 찌그러져버린다. 또 걸고나서의 문제점이 바로 모든 아날로그 파워앰프의 숙명이다. 입력과 출력 신호는 서로 반대라서 출력 일부를 역신호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 합성에서 시간차가 생기기 때문에 2개의 사인파가 서로 안 맞게 된다. 말하자면 2개의 선로로 나가려 하는 신호를 한 개로 통일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찌그러짐과 날카로움 등의 부자연스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들을 해결하기 위해 출력 신호를 극도로 줄여버리면 300W의 파워라도 출력 부족이 되로 만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급부품을 경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마치 공병 창고 같은 앰프가 즐비하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덩달아 가격도 올라가서, 하이엔드란 용어의 표현을 쓰게 되는 것이다.

콘덴서의 경우만 해도 특성 차가 크기 때문에 교체하면 차이가 바로 나타난다. 특성이 안 맞으면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아날로그 앰프의 경우는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증폭에 간여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Tr를 선별하여 오차가 없는 것을 고르고 또 특성이 좋은 것을 고르느라 항상 바빠진다.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하여 점점 더 부품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도 숙명이다. 선 굵기에 따라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샤시도 예외는 아니다. NFB를 걸면 또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회로의 안정을 위해 초저역까지 낼 수가 없고 어설픈 저역만이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어떠한 큰 스피커와 잘 만든 앰프를 써도 서브우퍼를 달면 저역이 더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브우퍼는 저역전용의 D급 앰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반대의 사인파를 모니터상에서 보면 그래프가 상하에서 서로 골짜기처럼 상당히 떨어져 있다가 접근하고 있는데, 접근해서 동일 선으로 합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름과 물처럼 쉬지 않고 따로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 신호를 받을 때 특히 입력신호가 높아지면 이 파행은 더 크게 변화한다. 이걸 잡기 위해 코일이 커지고 콘덴서를 겹겹이 접속해서 필터링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덩달아 발진 노이즈가 심해진다. 아무리 차폐 장치를 겹겹이 둘러쳐도 근본적으로 원인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 앰프의 본질인 것이다.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음질 적으로 바로 이 왜곡을 감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입력과 출력 신호의 급격한 변형 구조를 개선해보자는 것이 바로 디지털 앰프의 개념이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아날로그 증폭 대신 간결한 디지털 증폭으로 출력하면 왜곡이 생길 여지가 없다. 그의 앰프가 저가품인데도 중역 이상에서 전혀 찌그러지지 않고 해상도가 뛰어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그의 앰프는 그 입력을 제1톱니파, 출력을 제2톱니파로 만들자는 것이다. 즉, 신호를 톱니처럼 계단파로 만들어 로에서 하이로 올라가는 상승시점에서 작은 펄스로 만든 다음 IC를 사용해서 출력 신호를 좁은 펄스로 몰아넣고 콘덴서에 충전해서 다음 펄스가 들어올 때까지 그걸 유지시킨 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골짜기처럼 급격히 떨어지고 올라가는 급속 파형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CD플레이어의 192khz를 뛰어넘어 그의 앰프는 250khz까지 그런 완만하고 통일된 파형을 측정기의 모니터 상에서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 증폭앰프의 장점은 또 있다. 부품의 영역이 커지지 않아서 특주품이나 고가부품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의 앰프에 사용된 파워앰프의 트랜스는 80W짜리 소형이다. 콘덴서도 10,000uF짜리 4개만 사용했을 뿐이다. 굳이 고가의 저항이나 콘덴서를 써봐도 차이가 미미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왜곡의 발생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프리앰프의 개념은 셀렉터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 때문에 그의 앰프는 가격이 싸고 부품도 간결하다. 부잣집쌀 창고처럼 많은 부품의 앰프에 길들여져 있는 세대에게는 낯설다.

'앰프나 스피커는 무게에 비례한다' 라는 말이 있지만 확실히 세상은 바뀌고 있다.
그의 디지털 앰프가 혁명(?)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비단 하이파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오디오와 AV쪽에서도 당장 응용이 가능하고, 게다가 설계에 따라선 사이즈가 파격적으로 줄어든 미니 기기의 출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역을 보강하기만 한다면 AV쪽에서 서브우퍼의 개념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런트 스피커로도 충분한 저역을 낼 수 있기 때문에 5.1이 아닌 5.0의 제품도 그는 구상하고 있다.

현재의 AV앰프들이 음질은 그 다음이고 축약된 회로만을 써서 날림 앰프로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이제 그의 앰프로 얼마든지 순수 하이엔드급 AV시스템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출력 부족도 이제 곧 해소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앰프로 치면 100W의 출력을 낼 수 있는 70V의 칩이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떠한 까다로운 스피커도 장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고가로만 치닫고 있는 아날로그앰프의 조종(弔鐘)이 과연 한 한국인에 의해 울려 퍼질 것인가. 그는 머지 않은 시기에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20여 년의 집념>

그는 경기도 김포가 고향이다. 다른 오디오 엔지니어들처럼 어려서부터 진공관 앰프의 매력에 빠져 서울가는 아버지 편에 부품을 부탁, 앰프 제조법과 회로 연구 기술을 일찍 감치 익혔다, 어쩌면 그의 오디오기기에 대한 집착은 어려서부터 들어온 진공관 앰프에 대한 추억과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문대학을 마친 그는 독학으로 전자기사 자격증을 따내고 실전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회로를 구성하는 산업기기 계통회사와 게임 모니터 회사 등에서 5년쯤 근무를 하고 LG제어(주)에서도 6년 간 근무하면서 20년 가까이 디지털과 어셈블이 회로 등에 손을 대왔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쿵쿵거렸던 어린 시절의 진공관 앰프가 언제나 자리잡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저역 재생을 위해 D급 앰프도 만들어 봤지만 저역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현실을 깨닫고 그 뒤로 꾸준히 디지털 앰프에 대한 막연한 꿈을 그려왔던 것이다.

이 앰프는 지난해말 코엑스에서 열린 오디오쇼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또 하나의 소득은 그 동안 남편의 하는 일에 다소 비판적이던 부인이 그 쇼를 계기로 남편이 공연히 헛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를 터득한 점이다.

그의 디지털 앰프에 대한 시도는 이제 시작 단계로 볼 수 있다 사교에 지극히 서투르고 수줍어하는 이 엔지니어의 손으로 디지털 혁명이 부디 성취되어 한국의 기술이 세계를 재패할 수 있게 되기를 학수고대 해본다.